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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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의 탈형이상학적 성격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3-07 조회수 464

서구의 전통 철학에 기반한 진리 개념은 동일성과 일원성의 원칙에 뿌리내리고 있다. 일찍이 토마스 아퀴나스(Th. Aquinas)에 의해 정식화된 진리 개념은, '인식이성과 그 대상인 사물이 일치할 때 그것이 진리(veritas est adaequatio intellectus et rei.)'이다. 이러한 원칙은 야메(Ch. Jamme)의 표현대로, "주체의 지배하에 있는 객체와 그에 근거한 인식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론의 지배는 오로지 이성 중심과 인간 중심의 사유를 전환함으로써만이 '초극(verwiden)'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토론 공간, 무엇보다도 리요따르와 푸코에게서는 진리 추구를 일원론의 관점에서 바라다본다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의미에서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일원론적 진리관에 의한 사유의 과제란 형이상학 이후의 사유, 즉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역사의 해체'에 근거한 사유에 힘입고 있다. 해체는 물론 새롭게, 그리고 달리 재구성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사고의 발전은 항상 '해체의 작용 이상으로 또는 달리 말해서 '재구성'의 작용과 동일시'된다는 특성을 지닌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계몽주의 비판은 무엇보다도 일원론의 원리에 대한 비판이며 전통 형이상학의 이른바 '빛의 형이상학'에 근거한 전체성이라는 본성에 대한 비판이다.

탈형이상학적 사유란 차이의 사고, 즉 존재론적 차이의 사고이며, 또 그에 힘입은 언어의 철학이다. 포스트모던적으로 이해된 언어철학은 기술과 시 짓는 행위()에 대한 사유와 연관하여 탈근대의 원리로 제시된다. 언어 이론과 언어철학을 통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은 자신의 사유를 근대를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게 만든다. 서구의 언어 이해는 여러 가지 형태와 방향에서 형이상학적 사고에 의해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고에 기반한 형이상학적 언어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어는 결코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 따라서는 이해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형이상학적 표상은 존재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이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의 동일성과 일원론적 폭력은 다원성과 차이를 부정한다. 그들은 단지 세계와 언어를 실체론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어떤 초월적 본질이 존재한다는 사유 구조에서 언어는 단지 그러한 초월세계의 반영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언어 이해는 결코 근대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에 따라 언어에 의해 드러나는 차이와 생성의 힘은 함몰될 뿐이다.

예술은 이성과 달리 차이를 발생한다. 학문은 보편성이란 지반에 기초하지만, 예술은 차이에 근거한다. 모든 학문은 동일한 원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어떤 예술도 결코 같은 원리에 따라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생성되는 차이가 근대의 존재론적 동일성과 일원성을 넘어 다원성을 창출한다. 탈근대의 과제는 다원주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유 구조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원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합리성'에 대한 요구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 위기의 발생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합리성의 사유체계에 의해 배제되고 억압되었던 다양한 합리성의 모델을 복원하려 한다. 서양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단련하고', 나아가 '통합될 수 없는 것을 그 자체로 견뎌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1) 탈중심의 문화는 각 문화의 정당성을 가로지르는 다원적이며, 전체가 서로 역동적으로 관련을 맺는 다층적 총체성의 문화이다.

'해체'의 사유도식이 하이데거의 근대 학문에 대한 비판과 형이상학 비판에 힘입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이는 또한 전통적 시간 개념의 비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하이데거와의 연관, 특히 그의 형이상학 및 시간 비판에 연관지어 데리다는 서구 근대의 문화를 분석하고 이를 벗어나는 새로운 문화를 해명하고 있다. 이로써 그 이후 해체와 후기구조주의로 불리는 데리다의 돌진은 비판적 성찰을 진행시키는 매우 의미심장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탈형이상학적 사고에 자리한 진리 이해의 모형 역시 이러한 비판과 연관하여 그 근거가 확립된다. 탈형이상학적 진리 모형은 미학 이후의 사유, 탈 미학적 사유라는 관점으로 설정된다. 이는 '해체'라는 개념이 전통적 미학의 인습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전통 미학(aesthetic)은 주관·객관 도식에 의한 형이상학구조에 사로잡혀 있다. 형이상학적으로 방향잡힌 미학을 해체하는 것은 예술 자체에 대한 주관·객관 구조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에 의하면 인식론적 주관의 대상, 예술적 심미안의 대상으로 이해된 작품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감추어 버린다. 예술 작품은 그 대신 존재 발생에서부터, 즉 그의 근원적 진리에서부터 특성지어진다. 이러한 미학의 극복 또는 형이상학의 극복이란 사건에 따라 이해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예술 철학은 니체에서 시작하여 하이데거의 예술 철학에서 그 내용이 결정된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근대 예술의 사실적 회화 형태를 실체론적 관점과 얽혀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묘사적 미학'을 파괴한다. 그것은 '사물을 지배적으로 정립시키는 관점의 파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바티모는 탈근대적 예술 체험은 니체의 '힘에의 의지'로서의 예술이라는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이후의 존재론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 철학은 형이상학의 종착점이란 시점에서 존재를 예술에 의하여 주어진 방식으로 자신을 나타내 보이게 한다.

그러기에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근대 이성 중심의 주변에 자리한 미학을 생성의 탈미학으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이해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은 결국 전통 형이상학 이후의 형이상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환에서 유래한 현대 문명 구조의 사유틀 변화(Paradigmenwechsel)로 특징지어진다. 포스트모던 미학은 실체를 묘사하는 미학이 아니라 의미와 차이를 드러내는 미학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탈형이상학적 성격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 2003. 8. 30., ㈜살림출판사)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18424&cid=42074&categoryId=42074&expCategoryId=42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