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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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적 행동주의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2-20 조회수 259

어떤 단어든 선택적이며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는 가운데 로티는 『철학과 자연의 거울』에서 표상주의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로티는 그 책의 제1부 1장에서는 '유리 같은 본성'이라는 마음[정신]의 개념에 대한 계보를 보여 주고, 2장에서 그 개념을 해체시킨다. 그러나 단어에 대한 이런 역사주의적 확신 자체가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아니지만, 이 책의 제3부 〈철학〉에서 명시적으로 논의된다. 제3부는 이 책의 다른 부분에 비해 짧고 가장 덜 개진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부분은 제2부 〈반영〉이다.

여기서 로티는 셀라스, 콰인, 쿤, 비트겐슈타인, 데이빗슨의 다양한 논증들을 개진하고 그것들을 확장시켜 17, 18세기 마음[정신], 인식론, 철학의 개념 등 근대 인식론 일반에 대해 비판한다. 로티의 핵심 주장은 "지식을 산출하는 개념과 직관에 대한 칸트의 그림은 '인식론'을 심리학과 구분되는 철학의 분야라는 생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하다."(P168)는 것이다. "[칸트의 그림은 만약 '소여' [주어진 것]와 '마음[정신]에 의해 부가된'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혹은, (소여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연적인' 것과 (전적으로 마음[정신] '내'에 있고 그것의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필연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지식에 대한 '합리적인 재구성'으로 간주될 것을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즉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식론의 목표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168-9)

인식론은 실재를 거울처럼 정확하게 반영하는 사고나 표상을 생산하는 경험적인 내용에 작동하는 마음[정신]의 구조라는 그림과 결합되어 있다. 우리의 사고에 대한 이런 그림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바로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인식론이건 20세기 언어 철학적 인식론이건 인식론이 철학의 본질이라는 생각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것에 도전하려는 목적을 위해 로티는 「경험주의의 두 독단」(1952)에서 일종의 구조와 내용 구분에 대한 콰인의 공격과 「경험주의와 심리 철학」(1956)에서 소여에 대한 셀라스의 공격을 결합시킨다.

로티는 셀라스나 콰인이 사실상 동일한 구분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콰인은 언어적으로 전회된 인식론 내에서 심리 상태 대신에 가지고 있던 구조나 의미의 개념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반면에, 셀라스는 소여라는 바로 그 개념을 문제시하면서 다른 측면으로부터의 구분에 접근한 것이라고 로티는 파악한다. 로티의 글을 인용해보자. "셀라스와 콰인은 동일한 논증을 하고 있다. 즉 둘 다 동등하게 '주어진 것(소여) 대 주어지지 않은 것', 그리고 '필연적인 것 대 우연적인 것'의 구분에 반대하는 논증이다. 이 논증의 핵심적인 전제는 우리가 믿음의 사회적인 정당화를 이해할 때, 그리고 그것을 표상의 정확성으로 볼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지식을 이해한 것이라는 점이다."(170)

인식론의 신화와 독단에 대한 셀라스와 콰인의 비판의 귀결은 "우리는 지식을 자연의 반영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대화와 사회적 실천의 문제로 보는 것"(174)이라고 로티는 제시한다. 로티는 이런 입장에 '인식론적인 행동주의'(epistemological behaviorism)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 입장을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반대가 아니라 사회가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에 의해 합리성과 인식적인 권위를 설명하는 것이 내가 '인식론적인 행동주의'리고 부르는 것의 본질이다.

그것은 듀이와 비트겐슈타인에게 공통된 태도다."(174) 인식론적 행동주의에는 실천 초월적인 합법화를 위한 여지가 없다. 로티에 의하면 근대 인식론은 실천 초월적인 합법화를 열망했다고 간주한다. 인식적인 실천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로티의 인식론적인 행동주의가 상대주의와 주관주의라고 비난받을 만 한 입장은 아니다.

인식론의 초월적인 야심에 대해 역사주의적인 회의론에 공감하는 퍼트남(Hilary Putnam), 맥도웰(John McDowell), 데넷과 같이 로티에 우호적인 비판자들은 대화적인 제한 이외에 지식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그의 입장에 실망한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그의 중심적인 생각으로 그의 최근 저서 『진리와 진보』(1998)에서 상술되고 있다. 표상주의에 대해 그가 비판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의 인식론적인 행동주의는 상대주의와 주관주의의 전통적인 형태와 다르다는 것이 더 쉽게 이해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식론적 행동주의 (로티 『철학과 자연의 거울』 (해제), 2006.,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99884&categoryId=41924&cid=4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