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변증법의 모든 특징들은 근본적으로 객체 우위의 입장으로부터 기인한다. 헤겔이 부정의 부정을 긍정으로 간주한 것은 그가 주관 우위의 관념론적 입장을 견지하였기 때문이다. 즉 주관의 사유는 논리적 사유이고 이것에 의하면 부정의 부정은 긍정일 수밖에 없다. 그의 변증법은 이러한 논리적 사유를 통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헤겔은 『논리학』1권 첫 번째 주석에서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거부하고 존재로부터 시작해야함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그가 주관의 우선성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도르노는 객관우위를 주장한다. 여기서 어떤 것이란 개별적 대상을 의미하고, 존재란 개념적으로 사고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관의 우선성을 인정하게 되면, 주관의 법칙인 무모순성의 법칙에 따라 사물을 파악하는 까닭에 사물의 비동일성을 논리적 모순성과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나 사물 또는 객체를 우선시하게 되면 모순이란 사물의 비동일성에 대한 의식에 다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객체 우위의 입장이야말로 아도르노의 철학의 가장 궁극적인 원리인 셈이다. 그는 이러한 입장을 존재론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정당화한다. 하이데거는 관념론을 비판하고 존재우위의 입장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하이데거가 존재자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존재론화 하여 존재자의 비개념적 요인을 모두 박탈하였다고 본다. 아도르노는 이에 대하여 존재자 우위의 입장을 정립한다. 존재자 없이는 어떤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그의 입장은 하이데거보다 더 한층 객체우위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철학은 체계적이지 않다. 체계적이지 않다함은 체계적으로 서술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순수이성의 건축술에 따라 주관적인 틀에 맞춰 구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의 객관우위의 입장이 이성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정변증법』의 서술 순서에 따르면 아도르노는 먼저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비판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부정변증법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존재론의 내재적 비판을 통하여 존재론적 입장, 즉 주관우위의 입장이 불가능함을 보이고 이를 통하여 객관우위의 입장이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존재론 비판에는 가끔 부정변증법의 입장을 전제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부분도 나타난다. 즉 객체우위의 입장을 전제하고 있는 듯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아도르노가 부정변증법의 입장을 통하여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비판한다면 이것은 내재적 비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아도르노는 존재론에 대한 내재적 비판을 통하여 주관우위의 존재론이 불가능함을 보이고 이로써 객관우위의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존재론의 내재적 비판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리는 모든 것은 반드시 타자를 통하여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는 존재자를 통해서 그리고 존재자는 존재를 통하여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존재론은 존재가 존재 자체를 통하여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동어반복이거나 아니면 규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이러한 비판을 토대로 주관우위의 입장을 부정하고 객체우위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