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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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2-20 조회수 349

실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의 중심 개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혹은 일차적 의미에서 있는 것이 무엇인가가 존재론의 핵심 물음이라면, 그에게 있어서 그 물음은 무엇이 실체인가라는 물음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실체 개념의 중요성은 이미 『범주론』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그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있는 것'이 이야기되는 여러 가지 방식을 구분하면서, 여러 범주들 중 실체의 우선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실체들을 제1실체(개체들)와 제2실체(종, 유들)로 구분하고, 전자의 우선성을 주장한다. 결국 『범주론』에서 가장 일차적인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1실체라 부르고 있는 개체들이다.

실체는 『형이상학』에서 또다시 논의의 초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형이상학』에서 개진되고 있는 실체론은 『범주론』의 그것과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이상 『범주론』에서 제1실체로 불렸던 것들, 즉 구체적 개체들을 일차적인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그 지위는, 『형이상학』에서는, 형상이 넘겨받게 된다.

형상과 질료의 구분이 실체의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도 『형이상학』에서의 실체론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범주론』에서는 그 구분 자체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상-질료의 구분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적 입장의 변화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가는 그의 사유 전반에 대한 고찰 위에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 한 점은 『형이상학』에서는 『범주론』에서와는 달리, 단순히 "실체는 무엇인가?"가 아닌, "X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범주론』에서 존재하는 것들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였던 구체적 개체들이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individuus) 최종적 단위가 아니라, 실상 존재론적으로 더 기본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야 할 어떤 요소들로 구성된 복합체라는 사실의 반영이다. 구체적 감각적 개체들은 형상과 질료의 복합체인 것이다. 또 다시 우리는 형상-질료 구분의 무게를 확인하게 된다.

『형이상학』에서의 실체론은 그 논의가 진행되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범주론』에서의 그것과 뚜렷이 구분된다. 『범주론』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엇이 일차적 실체인가에 대한 답은 직선적이고 선명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형이상학』에서 무엇이 실체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그의 최종적 답은 극히 우회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주어진다. 그는 "이것이 최초에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나의 답이다."라는 식의 명시적인 신호를 주지 않는다.

통상 그의 최종적 답으로 간주되는 것, 즉 형상은 애초에 그가 실체의 후보로 제시하는 네 가지 중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형상은 본질에 대한 그의 길고 복잡다단한 논의의 과정 속에서 조금씩, 그것의 도입이 거의 계획되지 않은 것 같은 인상까지 주면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식으로 논의를 전개시켜 나간 것일까? 이것은 그의 존재론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적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실체 [ousia]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해제), 2006.,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91432&cid=41908&categoryId=4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