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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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의 개념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1-22 조회수 211

'선'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선이란 "단순하고 정의할 수 없는 성질"(G. E. Moore, Principia Ethica, 1959, p. 10)의 것이며, '선'과 '선한 것'은 구별돼야 한다는 딴은 일리 있는 주장을 편다. 이 말은 '선한 것'은 그 예를 들어 지시할 수도 있으나, '선'은 단순한 관념이므로 그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거나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함축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선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선'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선을 규정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선'()이라는 말은 일상적 사용에서뿐만 아니라, 이것에 관련한 문제들을 학문적으로 추궁하는 철학이나 사회학에서도 매우 다의적이다. 더구나 이 말이 사용된 역사를 살펴본다거나, 이 말에 상응하는 여러 나라 말들을 비교해 된 역사를 살펴본다거나, 이 말에 상응하는 여러 나라 말들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선의 어의()와 용례에 관하여 한 권의 사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을 문제 삼으면서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의 'τ??γαθ?ν', 기독교 신학에서의 'bonum', 영미 사상계에서의 'the good'의 전 의미 영역을 시야에 둔다면, 이것은 자칫 문제의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의 문제는 '좋음' 일반이 아니라, 단지 '도덕적인 좋음' 곧 '착함'에 국한되는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선을 윤리 도덕을 바로 윤리 도덕이게끔 해 주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한에서, 선은 윤리 도덕의 본질을 이루는 가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선이란 우리가 보통, 인간의 의식 작용을 그 성격에 따라 지()·정()·의()로 분별하여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진()·선()·미()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가치 중의 하나이다. 이에 반하여 '악'은 '선'의 반()가치로서 '진'에 대한 '위()'나 '미'에 대한 '추()'와 마찬가지의 것이다.

가치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고, 반가치란 우리가 회피하거나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은 행위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고, 실현해야만 하는 가치이고, 악은 우리의 행위에 들어있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행위를 통해 제거해야만 하는 반가치이다. 그러니까 '선'은 당위()적 가치이고, 인간 행위의 당위적 규범을 '윤리' 또는 '도덕'이라고 일컫는 한에서, '선'은 윤리 규범의 가치인 것이다.

진리가 인식의 참 가치라면, 선은 실천 행위의 참 가치이다. 인식을 참 인식이게 해주는 진리를 우리는 논리적 사고나 파악하고자 한 사태를 제대로 드러내는 알맞은 언표()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식을, 그것을 구성하는 사고의 형식성만으로도 그것의 유무의미함과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형식적' 인식과, 사고의 형식성에 알맞음과 동시에 실재와의 부합 여부를 살핀 연후에야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실질적 인식'으로 나누어 짐을 염두에 두어, ① 진리는 정합적인 사고에만 있을 수 있다, ② 진리는 인식과 실재와의 합치에 있다고 진리를 규정한다.(→진리의 의미) 이런 정도의 규정으로써 진리의 의미를 얼마만큼 드러낼 수 있다면, 선의 의미에 관해서도 이런 수준의 규정은 가능하지 않을까?

대상을 지향하는 경우에도 인식은 대상을 단지 표상할 뿐 그 인식 작용 자체가 대상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행위는 대상에 관계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내용을 가진 인식은 반드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고 꾀하는 반면에, 행위는 현재하는 것을 극복하거나 아직 현재하지 않는 것을 현존하도록 하려는 작용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식이나 행위나 모두 우리 인간 의식의 활동이지만, 앞의 것을 좁은 의미에서의 의식() 작용, 뒤의 것을 의지() 작용이라 구별하는 것이다.

무엇을 아는 것과 무엇을 행하는 것은 다르다. 무엇인가의 행함에는 대개의 경우 앎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도 아니고, 또한 앎 그것이 바로 행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있었던 것을 있었던 것 그대로, 있는 것을 있는 바 그대로, 있을 것을 있을 그대로, 그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있는가를 관조하는 인식과는 달리 현재 있지 않은 것을 있도록 하는 행위는 의지적으로 무엇인가의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실행() 내지는 실천()이다. 이런 실천적 행위로서 대표적인 것이 노동() 행위와 도덕 행위이다.

노동 행위나 도덕 행위나 우리 인간의 실천적 행위로서 무엇인가의 실현[현실화]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앞의 것이 사물과 관계하면서 사물 내지 물품의 가치([])를 높이려 하는 것이라면, 뒤의 것은 사람과 관계해서 사람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구분해 볼 수 있다.

도덕 행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실천 행위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실천 행위 중에는 교육 행위 같은 것도 있으니까 인간간의 실천 행위가 모두 도덕 행위는 아니다. 도덕 행위는 인간 사이의 실천 행위 가운데서도 선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윤리 도덕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사람의 행위를 사람답게 해주는 원리라고 한다면, 도덕이 도덕이도록 해 주는 것이 선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리가 인식 작용에서 드러나듯이, 선은 도덕 행위에서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다. 선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인간다운 행위 중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선을 담지하고 있는 행위를 윤리적 또는 도덕적이라 일컫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인간다운 행위는 어떤 모습을 갖는가? 이 물음은 필경 '인간이란 무엇인가?'·'인간답다는 무엇인가?' 하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요구할 터다. 그리고 그것은 다각도의 연구, 적어도 철학적인, 사회학적인, 생물학적인, 의학적인 또는 종교적인 연구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이에 대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답은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개념들은 모두 긴 형성 과정과 의미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라는 개념도 그런 것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라는 개념의 의미 변천사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주인-노예, 귀족-천민, 양반-상놈의 사회에서 후자가 전자를 죽이면 살인죄가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으며, 후자가 전자를 모독하면 엄한 벌을 받았으나 전자는 후자를 능멸해도 무탈했다. 후자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여러 지역에서 '아녀자'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아직도 '태아'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인간 개념의 외연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

'인간'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인간답다' 또는 '인간답게 산다'의 의미도 변천해 왔다. 어느 곳 어느 때에는 치부를 가리고 두 끼 죽만 끓여 먹고 비바람을 피할 정도의 거처만 있어도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또 어느 때 어느 곳에서는 세 식구가 사철 옷 바꿔 입으며 하루 세 끼 배불리 먹고 30평 주택에서 살아도 거의 '짐승처럼 산다'고 자괴()에 빠지기도 한다.

이 같은 사정을 '똑같은 존엄성을 갖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에서 사람들의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윤리의 규정에 적용하면, '윤리적 사회'란 어떤 사회를 말하는가의 윤곽이 드러난다. 윤리적인 사회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똑같은 존엄성을 갖는 사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서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때 우리는 '보다 더 윤리적인 사회'·'보다 덜 윤리적인 사회', 곧 '보다 더 선한 사회'·'보다 더 악한 사회'를 구분 할 수 있을 것이고, 인류의 역사가 점점 더 선한 사회로 변모해 왔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점점 악한 사회로 변해왔다면 인류 역사는 퇴보를 거듭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저도 아닐 때는 인류 역사는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짧은 시기에 인간의 역사가 퇴보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으로 보아서 인간의 역사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화가 진전하면서 인간의 외연은 점점 더 넓어졌다. 사람이 '자유·평등·이웃 사랑'을 인간 사회의 기본 원리로 파악한 이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서로 평등하며 이웃 사랑을 나누는, 곧 선한 방향으로 인류 사회는 진전해 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선(善)의 개념 (철학의 주요개념, 2004.,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출처: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96013&cid=41978&categoryId=4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