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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커뮤니케이션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1-08 조회수 448

언어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하기 힘들다. 언어란 그저 단어를 만들어 내는 도구가 아니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을 도와 송수신자가 서로의 인식에 동참할 수 있게 한다. 언어가 인간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사유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의 근원에는 언어가 있다. 이 때문에 언어는 인간의 사회 인식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고, 언어로 판단하고, 언어로 현실을 해석한다.

1. 언어는 기호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난드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난드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커뮤니케이션북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르디난드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가 '기호(, sign)의 체계'라고 말했다. 가령 소음과 언어가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나의 소리가 의미를 표현하거나 전달할 때에 그것은 언어로 간주된다. 그렇지 않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이때 소리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규약 체계, 혹은 기호 체계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소쉬르의 생각이다.

기호는 '기표()'라고 부르는 시니피앙(signifiant)과 '기의()'라고 하는 시니피에(signifie)로 구성된다. 여기서 시니피에는 어떠한 것의 본래 성질(개념)이며, 시니피앙은 시니피에를 나타내는 특정 집단의 말(청각영상)을 가리킨다. '아침'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아침'은 '날이 샐 때부터 밝아질 때까지 짧은 동안'을 말한다. 이는 '아침'의 개념이므로 시니피에다. 그런데 한국에도 아침이 있는가 하면 미국에도 아침이 있다. 같은 아침의 개념을 놓고 영어권에선 'morning'이라고 명명하였으며 한국에선 '아침'으로 부른다. 이는 시니피앙의 차이다.

다시 말해 시니피앙은 고유한 언어를 가진 각각의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 개념(시니피에)은 같다는 것이다. 소쉬르 언어 이론의 제1원칙은 기호가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기표와 기의가 결합해 이루어진 자의적 존재라는 얘기로, 기표와 기의 사이에 아무런 자연적 혹은 필연적 관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날이 샐 때부터 밝아질 때까지 짧은 동안'을 'morning'이나 '아침'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아무런 자연적 혹은 필연적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의성어처럼 기호의 소리가 모방적 효과를 지니는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일이다.

2.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특성

언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이지만, 언어만으로 의미 전달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언어 자체가 지니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왔고, 이를 이용한 정보처리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언어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흥미로운 사실은 언어의 장점이 동시에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 언어는 추상적이다
여기서 '추상적'이라는 말은 사물을 구성하는 여러 속성 가운데 어떤 것은 택하고, 어떤 것은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성은 매우 신속한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이러저러한 여러 과일의 이름을 모두 대는 것보다 '과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쉽고 신속하다).

그러나 언어의 이러한 측면은 수신자의 이해 폭을 좁히며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특히 '사랑', '행복'과 같이 감정이 크게 개입하는 추상적 개념의 경우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완벽한 공통된 경험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언어를 사용할 때 적합한 수준의 추상 개념이 어느 정도인지, 그 양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의미 전달을 분명히 하려면 되도록 지시 대상이나 개념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2) 언어의 단순화 오류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는 글을 봤을 때, 우리는 되도록 그것을 단순화시켜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이 복잡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화된 언어로 표현하면 현실 포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 좋은 것:나쁜 것, 친구:적, 성공:실패와 같이 이분화하는 것이 그렇다. 세상을 바라보거나 묘사하는 데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는 양극화(polarization) 현상은 이로써 나타난다. 양자택일의 사고(either-or thinking)가 부각되는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데 '좋다' 혹은 '나쁘다'와 같은 극단적인 관점을 많이 나타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실제 대인 커뮤니케이션보다 매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는 생산적이고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단순화된 언어의 이면을 보려는 의지와 함께,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꼭 필요하다.

3) 언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해당 주제에 대해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얘기한다. 여섯 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각기 코끼리에 대해 말하는 우화대로, 극히 일부를 경험하고도 마치 모든 것을 경험한 양 얘기하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모두 다(allness)'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특히 갈등 상황에서 잘 나타난다. "너는 항상 잘난 체하지", "너는 왜 매일 게으름만 피우니?" 등 부분만을 보고 마치 전체를 아는 듯이 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서로의 갈등을 증폭시켜 커다란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낳기 쉽다.

4) 언어는 사실과 추론을 혼동하게 한다
이는 사실적 진술과 추론적 진술을 혼동하여 추론을 마치 사실인 양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문법적으로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주로 실제적 관찰에 근거한 것을 사실적 진술, 관찰이 불가능한 것을 추론적 진술로 보면 된다. 추론적 진술을 사실적 진술로 받아들일 경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기사 작성과 같은 고도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행위에서는 사실과 추론의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언어를 사용할 때 우리는 스스로 지닌 잣대를 동원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키가 ○○㎝"라고 말하는 대신 "키가 너무 커!"라고 말하는 식이 그것이다. 사실과 추론을 구별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언어는 연상 작용을 크게 만든다
이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을 그 자체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말해진 바, 이름 지어진 방식으로 연상하려는 경향(intensional orientation)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이와 반대로 대상을 실물 자체로 인식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부가적 요소 없이 메시지 자체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유명 작가의 작품이 훨씬 가치 있게 보이고, 인기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가 더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경험이 흔하다. 동반되는 이름값이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사물, 사건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6) 언어는 고정적인 평가를 낳기 쉽다
사물이나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언어를 사용할 때 과거 시점 그대로 묘사하기를 즐긴다는 단점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 게으른 학생이었다고 해서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그 사람을 게으르다고 묘사할 수는 없는데도 종종 그러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 인간이다. 언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에는 시제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단점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말을 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7) 언어에는 차별성이 모자라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독특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에 비해 너무 포괄적이다. 즉 비차별성이 문제라는 얘기다. 이러한 비차별적 특성은 고정관념을 낳는다. 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무시한 채, 개인이 속한 집단에 대해 고정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또한 매우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장애 요인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언어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2013. 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링크: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6334&cid=42251&categoryId=42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