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차이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와 같이 크게 두 개로 나뉘는 언어의 기능을 다시 세분하여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능으로서의 인식언어는 서술언어(descriptive language)와 비(非)서술언어(non-descriptive language)로 다시 구분된다. 앞서 본 예문 ①, ②, ③이 바로 서술언어에 속한다. 만일 내가 이런 말을 통해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나의 판단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원칙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왜냐하면 '둥글다'는 뜻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인지 그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기 힘들고, 설사 제시했다고 해도 그것이 수학에서 말하는 객관성과는 다르며, 복순이의 얼굴이 검게 탄 이유에 대한 옳고 그릇됨의 객관적 판단기준도 제시하기 어렵다. 객관적 기준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인식언어의 후자의 경우, 즉 비서술언어는 어떤 사실 혹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거나, 그 사건의 객관적 원인, 결과를 언급하지 않고 "복순이의 얼굴이 둥글다." "하나에 둘을 더하면 셋이다." 혹은 "복순이의 얼굴이 검은 것은 햇볕에 탔기 때문이다"라는 뜻이 무엇인가를 따질 때 쓰이는 언어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서술언어가 언어 이외의 어떤 사실, 사건 또는 사건의 연관성에 관한 언어인 데 반하여 인식언어로서의 비서술언어라 필자가 칭한 언어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를 그 대상으로 한다. 다시 부언하면 그것은 언어에 대한 언어이다. 이러한 언어를 메타언어(meta-language)라고 부를 수 있겠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자면 인식언어로서의 서술언어는 모든 과학에서 쓰이는 언어 혹은 보고·보도 기록에서 쓰이는 언어로서 언어 밖의 어떤 객관적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지식 혹은 정보제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인식언어로서의 비서술언어, 즉 메타언어는 전자와 같이 쓰인 언어에 대한 고찰 내지는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로서 그 구체적 실례는 철학이 된다.
근본적으로 철학은 과학과는 달리 직접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다루지 않고 그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기록, 보고를 목적으로 한 언어 자체를 분석 혹은 비판함으로써 서술언어의 명확성 혹은 논리성을 따지는 데 있다. 가령 어떤 이가 "신(神)은 착하다"라고 할 때 철학자는 신이란 무엇인가, 어떤 근거에서 신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으며 어떤 근거로 신은 착하다고 할 수 있는가, 혹은 신이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불행, 불평등한 현실과는 모순이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을 따진다. 한마디로 철학으로서의 언어는 현실에 대한 지식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기록한 언어의 논리를 비평하고 분석하는 이차적 언어이다. 다시 말하면 철학언어, 즉 메타언어는 일반언어와 논리적으로 그 차원을 달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