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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둥지’는 어떻게 철학을 완성하는가? - (7)
작성자 철** 작성일 2017-07-07 조회수 122
철학은 끝없는 리모델링 작업이다

 

인간의 의식이 탄생하기 이전의 자연·우주, 그리고 인간 자체는 그냥 암흑과 혼돈, 그리고 무의 일부, 즉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우주, 혹은 그냥 무엇인가로서 존재하게 된 것은 인간의 몸에서 의식과 사유의 싹이 마치 한밤중에 켠 등불처럼 세상을 밝혀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인식된 존재는 그것을 비춰보는 전구의 도수 크기에 따라 시야의 투명성과 넓이가 상대적이듯이 의미화, 즉 인식의 투명도와 넓이는 마음을 구성하는 본능?감성?이성 가운데 어느 것에 의한 인식이냐에 따라 무한히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갖게 되는 인식적 의도에 따라 달리 선택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인식·의미의 투명성에 무한한 차등이 있음과, 인식의 진리성을 판단하는 잣대도 무한히 가변적임을 함축한다.

존재와 의식, 자연과 인식은 두 개의 대립되는 실체가 아니라, 논리적으로나 현상학적으로 서로 뗄 수 없는 단 하나의 객관적 대상인 동시에 주관적 인식-존재라는 가시적 속성을 갖는다. 또한 그것들은 의미라는 인식적 관점을 갖춘 어떤 것, 어떤 개념으로도 분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통일된 전체의 두 측면, 두 현상이 아닌 단 하나의 현상, 두 관점이 아닌 단 하나의 관점, 그냥 존재 아닌 존재, 그냥 인식 아닌 인식을 지칭한다.

그것은 우주를 밝혀주는 빛이자, 그 빛으로 물질적 우주를 인간적 형태로, 무의미한 모든 현상을 유의미한 것으로 전환하는 태양이요, 영원한 침묵과 어둠 속에서 잠자는 우주를 인간적 질서와 의미로 차 있는 ‘세계’로 바꾸는 작품으로, 끊임없이 창조적 전환을 이룩하는 우주적 미다스의 손이자 예술적 작업이기도 하다.

철학이 세계관으로서의 둥지의 건축이라면, 철학적 건축은 신축이 아님은 물론 재건축도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이미 지어진 철학적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둥지의 리모델링은 인간의 의식이 살아남아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끊임없는 작업이다. 자연과 인간은 부단히 살아 움직이고, 삶의 본질은 곧 자기변화의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둥지 짓기, 아니 둥지 리모델링이다. ‘존재-의미 매트릭스’라는 잣대로 인간과 그 밖의 모든 것들 간의 존재론적인 동시에 의미론적인, 육체적인 동시에 관념적인, 연속적인 동시에 단절적인, 전일적인 동시에 분석적인 관점에서 관념적·언어적인 둥지로 재구성된 자연·우주·존재를 철학이라 한다면, 철학은 영원히 역동적으로 지속되는 세계관으로서의 둥지의 리모델링 작업이다.

존재와 의식은 무의미한 모든 현상을 유의미하게 전환시키는 빛과 같은 관계다.

[네이버 지식백과]‘새의 둥지’는 어떻게 철학을 완성하는가? - ④ 둥지의 철학 (박이문 인문학 읽기, 201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