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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둥지’는 어떻게 철학을 완성하는가? - (6)
작성자 철** 작성일 2017-07-07 조회수 243

뫼비우스의 띠와 에셔의 판화로 본 존재-의미 매트릭스

 

인간을 규정하는 존재-의미 매트릭스의 위와 같은 구조는 서로 마주 보는 얼굴로도 볼 수 있는 ‘촛불’,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 그리고 에셔(M. C. Escher)의 판화 몇 개를 보면 시각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서로 마주 보는 얼굴로도 볼 수 있는 ‘촛불’

a) 촛불

하나의 사진을 불이 켜져 있는 촛대로도 볼 수 있고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옆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해석은 각기 자신의 타자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적·보완적이다.

뫼비우스의 띠

b) 뫼비우스의

이 띠는 직사각형의 긴 띠를 한 번 꼬아서 대변을 맞붙여 만든 구조이다. 언뜻 보아 안과 밖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하나의 표면만이 존재하며,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좌·우·상·하의 개념이 소멸되는 이상한 구조다.

에셔의 <그리는 손>

c) 에셔, <그리는 손>

네 개의 압정이 잘 펼쳐진 판을 고정시키고 오른손이 판 위에 소매를 그리기 위해 연필을 잡고 있다. 이 그려진 손으로부터 왼손이 나오는데 왼손 또한 오른손의 소매를 그리고 있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된다. 이 작품은 그리는 손이 그려진 손일 수도 있다는, 증명할 수 없는 가정을 순환논법으로 나타내고 있다.

위의 그림들은 다 같이 자연·우주와 인간, 인식과 그 대상, 존재와 세계 등 각각 두 항들 간의 관계가 존재론적으로는 연속적인 동시에 인식론적으로는 단절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그 점에서 존재와 의미의 관계를 단 하나의 존재이자 사건이라 지칭하기 위해 도입한 ‘존재-의미 매트릭스’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존재-의미 매트릭스’는 자연·우주와 인간 간의, 혹은 인간의 몸과 마음 간의 아주 이상하게 뒤틀린 관계의 구조를 지칭한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것은 파스칼의 통찰대로 존재론적, 즉 육체적 차원에서는 자연·우주에 비해 거의 무에 가까운 무의미한 존재이지만 의미론적, 즉 사유의 차원에서는 그렇게 방대한 자연·우주를 자기 안에 포섭하려는 인간의 이해하기 힘들게 뒤틀린 존재구조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한편으로는 ‘존재-몸’, 다른 한편으로는 ‘의미-마음’이라는 존재론적 두 극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갖는 ‘존재-의미 매트릭스’는, 한편으로는 자연·우주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무한히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존재-몸과 의미-마음의 양극 사이에는 서로 간에 정확한 구별이 불가능한 무한에 가까운 차등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과 사유는 한밤중에 켠 등불처럼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새의 둥지’는 어떻게 철학을 완성하는가? - ④ 둥지의 철학 (박이문 인문학 읽기, 201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