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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
작성자 철** 작성일 2018-11-29 조회수 767

채사장에게 책은 내적 여행이다

 

채사장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는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 직업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뒤집는 사람을 만났다. 팟캐스트의 진행자이자,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채사장이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선 내면의 단단함이 드러났고, 대답은 군더더기 없이 간명하기까지 했다. 내친김에 그에게 말 잘하는 법을 물어봤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하지 않는 거예요. 말을 못 하는 이유는 아무 얘기나 막 하기 때문이죠.” 이보다 더 명료할 수 있을까?

인트로

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그렇게 어른이 된다

왜 그런 학생이 있잖아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잘 노는 것도 아닌 학생들이요. 중 · 고등학교 때 제가 그런 아이였어요. 영혼이 빠져나가는 걸 붙잡고 있던 아이. 무기력했죠.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글쎄요. 지금 제가 알고 있는 걸 가진 채로 돌아간다면 도망칠 거 같아요. 어릴 땐 개근상, 우등상, 칭찬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30~40대가 된 지금은 알잖아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요. 그보단 내가 그 자리에서 행복한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더 의미 있죠.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채사장

철학과의 운명 같은 만남

관념론

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문학이 유일한 희망이란 생각으로 대학에 왔는데, 국문학보다 오히려 철학에 더 매료됐어요. 처음엔 ‘난 누구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와 같은 인류의 본질적인 궁금증에 끌렸던 거 같아요. 공부하면서부턴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았고요. 세상엔 실재론자들처럼 내가 보는 세계가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눈앞의 것들이 허구는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나란 존재가 있고, 세계는 내 머릿속에서 구성되는 것은 아닐까?’하고요. 관념론자들이죠. 바로 저예요. 재미있게도 철학을 공부하면서 그간 저 혼자 생각해왔던 것이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보편적인 생각이란 걸 알게 됐어요. 안심이었죠.

인생의 터닝포인트

대학을 졸업하고는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학원에서 강사도 했고, 주식투자와 부동산 임대업도 했어요. 아등바등 살았죠.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같이 일하던 동료들까지 잃었던 큰 사고를 겪고는 병상에 누워 <차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딛고 있는 세상이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세상은 이런 것이지’라고 정리해두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이게 바로 첫 번째 저서인 <지대넓얕>의 토대가 됐고요. 이후엔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죠. 좋은 이야기가 공기 중에 사라지는 게 아쉬웠거든요. 주위에서 부추김도 있었고요. 이후엔 팟캐스트가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같은 이름의 책을 출간했어요.

채사장

지식을 놀이로 대할 때

지식을 놀이로 대할 때

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가끔 사람들이 물어봐요. 어떻게 하면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설득력을 가지려면 세 가지가 좋아야 한다고 해요. 말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말을 다듬을 줄 알아야 하죠. 때문에 저는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이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지식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본인이 가진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태도예요. 그런 사람들이 얘기하는 지식은 우리를 멀어지게 해요. 집중도 못하게 하고요. 반면, 지식을 ‘놀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신기한 것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주고, 같이 논의함으로써 또 다른 발전을 이끌어 내려고 하죠. 저와 팟캐스트를 함께한 패널들이 여기에 해당돼요. 저는 이렇게 지식이 재미가 되고, 놀이가 될 때 거기에서부터 설득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콩나무시루에서 콩나물 자라듯

그간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읽은 후엔 기록을 하거나, 내용을 정리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읽고 말았죠. 책의 내용을 잊어버려도 개의치 않고요. 옛날에 할머니께서 콩나물이 어떻게 크는지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시루에 망을 깔고 콩을 넣죠. 그리곤 물을 부어 천으로 덮어뒀다가 이따금 물을 부어주면 된다고 하셨어요. ‘물을 주면 뭐하나, 엉성한 망으로 다 빠지고 마는데’ 싶었지만, 이런 과정들을 통해 콩이 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책을 읽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읽는 족족 잊어버리고 지나쳐버리더라도, 어느새 성장해 있죠.

채사장

새로운 지식으로의 여행

나를 흔들어 깨우는 지식

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책을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내면에서의 여행이요. 저는 저를 불편하게 하는 책에 특히나 재미를 느끼는데요. 이때 ‘불편’이라고 하면 존재론적인 흔들림을 뜻해요. 새로운 영토에 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설레는 숭고함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편하고 잘 읽히는 책을 깊게 읽어나가는 과정도 의미 있고 소중하지만, 내 세계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지식을 여행해나가는 것은 내면을 넓히고 영혼을 성숙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놀랍고 신비로운 세상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한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밥 맛이 좋아지더라

현재를 살아라!

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작가가 된 후, 책을 대하는 의미가 조금 달라졌어요.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고 감동 받았던 과거에 비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쓰나’하고 들여보게 되는 걸 보면 말이에요. 글이 어느새 밥 벌이 수단이 된 까닭이겠죠. 제 인생을 돌아보면 늘 먹고 사느라 바빴던 거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현재에 머물러야겠다.’ 그간 팟캐스트와 책을 쓰면서 많은 것을 쏟아냈다면, 이제는 다시 담아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막상 현재를 사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죠. 첫 번째는 밥을 천천히 먹어보는 거였는데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밥이 너무 맛있는 거예요. 맛이라는 게 비로소 느껴지더라고요.

채사장

많이들 ‘현재를 살아라’라고 하면, 경제적인 것에 초점을 두곤 해요. 당장 사고 싶은 것을 산다거나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현재에 머물러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고, 나랑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내 삶의 대지를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죠. 행복이라는 건 현재를 느낄 때 맛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채사장의 추천도서

도덕경

<도덕경>
노자, 오강남 저
현암사
1995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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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도와 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도’는 우주 전체 혹은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말하죠. ‘덕’은 도를 개인이 반영한 마음의 실체이고요.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땐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 다시 읽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이 책이 단순히 무위자연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 인류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사유체계인 ‘우주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인도의 베다와 노자의 사상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결국 인류란 다른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산당선언

<공산당선언>
칼 마르크스, 엥겔스 저
남상일 역
백산서당
1989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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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아주 얇은 책이에요. <자본론>처럼 어렵지도 않죠. 참고로 서구사회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해요. 이 책은 자본주의의 한계, 곧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우리가 발 딛고 있기에 미처 보이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경계까지 우리의 손을 잡고 데려가고, 또 뒤돌아보게 하고 있어요. 자본주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거죠.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만큼 괜찮은 체제도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문제도 많죠.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등을 야기시켰고요. 하지만 동시에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 준 체제이기도 하니, 자본주의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
장희창 역
민음사
2004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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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저서로, 서구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에요. 니체가 이 책을 쓰고 엄청나게 기뻐하며 말했다고 해요. ‘이 책은 인류한테 주는 나의 선물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 복음서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이 책은 ‘현대’라는 사회가 뭘 의미하고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토대가 돼요. 책에는 신의 죽음, 초인사상, 영원회귀 등이 담겨 있는데요. 그중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영원회귀의 개념이에요. 과거 교통사고를 당하고 침상에서 이 책을 읽는데, 책에서 묻더라고요. ‘네가 죽어 다시 네게 돌아와 너의 삶을 영원히 반복하게 된다면, 너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요. 그리고 제가 살아온 삶을 영원히 반복해 살아간다면 후회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등바등 살았거든요. 그리곤 순간순간을 창조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답고 충실하게 만들어내는 거죠.


시간의 역사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저
김동광 역
까치글방
1998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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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물리학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또 자세하게도 다뤄주는 책으로 굉장히 재미있어요. 근현대 과학의 출발인 갈릴레이부터 뉴턴, 아인슈타인, 그리고 현대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죠. 철학밖에 몰랐던 대학생 시절, 과학이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줬던 책이기도 한데요. 책 뒤편에 설명하는 현대물리학은 인문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물질, 혹은 더 작게 양자는 파동으로 존재한다’ 등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들을 알려주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문과이든 이과이든 과학은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이 책은 우리를 그 출발점으로 데려가 주는 책이고요.


티벳사자의 서

<티벳사자의 서>
파드마 삼바바 저
류시화 역
정신세계사
1995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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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요. 사람이 죽은 후 49일 동안 구천을 떠돌 때, 어떻게 하면 해탈에 이를 수 있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죽음에 대한 사용설명서 같다고나 할까요. 책에서 말하길 죽으면 우리는 무서운 만다라, 염라대왕 등을 만나게 된다고 해요.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여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위대한 이유는 사후 세계가 진짜이든 아니든 모든 것들은 우리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걸 알려주기 때문이에요. ‘무서운 염라대왕을 만나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 네 마음의 반영이다’라고 말하는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놀라운 심리학 서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사상의 전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만 봐도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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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채사장 - 채사장에게 책은 내적 여행이다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