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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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제3영역
작성자 철** 작성일 2018-03-08 조회수 292

우연성과 무상성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즉자존재와 대자존재 사이의 존재관계를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기술하고, 이를 토대로 철학상의 아르키메데스적 점으로 일컬어지는 인간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에서 내세우고 있는 목표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 두 존재에 관한 존재관계를 기술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존재론에 만족할 만한 답을 제공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즉자존재와 대자존재가 아닌 또 하나의 존재를 문제삼고 있는데, 이것이 곧 타자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사르트르는 자신의 존재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이 세계의 존재를 인간과 사물의 두 영역으로 구분하고, 인간의 범주를 다시 '나'와 '타자'라고 하는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처럼 타자를 나의 대타존재(l'etre-pour-autrui)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존재 영역-따라서, 존재의 제3영역-에 속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존재론에서 특히 타자가 차지하고 있는 존재론적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 '수치심(honte)'이라는 감정을 예로 들고 있다. 혼자 있을 때도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누군가의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가령 내가 야비한 행동을 했다고 치자. 이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그 하나이다.

이 경우에도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은 결국 나를 객체화한 결과, 즉 나를 타자의 눈으로 바라본 결과인 것이다. 또 하나는 나의 그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인 경우이다. 이 경우에 나는 첫 번째 경우에서보다 더 절실하게 나의 행동의 야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수치심은 '타자 앞에서 내가 나에 관해 갖는' 의식이라는 이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두 구조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여 사르트르는 대타존재의 문제를 크게 '타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와 '나와 타자와의 관계 문제'로 구분하고, 이 두 문제를 『존재와 무』의 제3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의 존재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타자를 필요로 한다. '대자'는 '대타'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인간과 즉자존재와의 존재관계를 그 전체 속에서 파악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 책의 앞의 장()들에서 했던 기술들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아주 다른 의미로 놀라운 두 문제에 답을 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타자의 존재 문제이며, 두 번째 문제는 타자의 존재에 대한 나의 '존재'관계의 문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존재의 제3영역 (장 폴 사르트르, 2004. 6. 15., ㈜살림출판사)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18655&cid=41762&categoryId=41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