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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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적 양상과 개연적 양상
작성자 철** 작성일 2017-07-13 조회수 160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학의 기능에 대한 위와 같은 견해와 모순되는 신념이 쉽사리 우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나 문학평론가들, 문학연구가들의 문학에 관한 담론 속에는 문학이 과학이나 철학이 미칠 수 없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진리를 밝힐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문학작품을 단순히 작가의 감정의 표출로 볼 수 없고,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의 의도가 타자의 주관적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작가나 독자에게 물어보면 자명해진다.

문학창작이 극히 복잡하고 긴장된 지성을 요구하는 활동이며, 문학작품을 읽는 가장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기쁨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문학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미지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실을 경험한다.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이란 이러한 경험을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다. 문학의 기능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에 국한되지 않고 종국엔 진리의 탐구에 있다.

문학이 인식적(철학적) 내용을 갖는다는 주장은 문학과 철학의 양상론적 구별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개연적' 존재양상을 갖는 문학 텍스트는 객관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어떤 사실이나 사건의 서술이 아니라 그것이 언어적으로 의미하는 사실, 사건, 상황의 개연성에 기초한다. 물론 개연적인 것, 즉 상상으로 진위 판단이 가능한 진술이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진위 판단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은 인식·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문학이 인지적·정보적 내용, 즉 어떤 종류의 진리를 담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인지, 정보, 진리의 개념을 보다 확대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고민은 풀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언적 양상과 개연적 양상 (박이문의 문학과 철학 이야기, 2005. 5. 10., ㈜살림출판사)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18826&cid=41884&categoryId=41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