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철학·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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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작성자 철** 작성일 2017-07-10 조회수 95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